나에게 보내는 봄 편지 / 시후 배월선
지난 겨울 참, 할 말이 많았더라
그래도 잘 참았지, 그랬더니 이렇게 또
봄이 왔지 않겠나
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
마음다해 어루만지다보면
그조차 정이 들어 기쁨이고 행복이 되는 걸
몰라서야 어찌 살겠나
늘상 자잘하게 피어오르는 보푸라기 같은
어린 젖내를 어이하나
이제는 무겁게 걸쳤던 까칠한 등걸을 벗고
파릇파릇 새순을 열게 하고
한 송이 꽃이라도 피워야 하지 않겠나
시의 이름을 빌려
사랑의 이름을 빌려
싱글벙글 불어오는 들바람을 따라 걷고픈
봄이다
기분 좋은 봄이다